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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2015년 10월15일자 2면에 실린 기사다. 기사 자랑하려고 올린 게 아니다. 가을 그 시구들을 조금이라도 음미하면 좋을 것 같아서다. 기사 쓸 때 되도록 많은 시구들을 넣으려고 했다. 교보생명에 그동안 실린 글귀를 많이 달라고 했다. 그걸 하나하나 블로그에 옮기려다 중앙일보에서 그래픽으로 잘 정리해 놓은 게 있어서 빌려왔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4일부터 한 달간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을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2012년 봄에 걸렸던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서 가져온 시구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2300여명이 참가해 69개의 후보 문안 중 3개를 고르는 방식의 설문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1493표를 얻었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시구는 2011년 여름편으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따온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였다.

교보생명은 “두 편 모두 의미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진지한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 점이 공감을 얻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중

이어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중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정호승 시인의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풍경 달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흔들리며 피는 꽃) 등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중

광화문 글판은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1991년부터 광화문 네거리에 걸리기 시작했다.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을 다시 찾자’였으며 초기에는 캠페인성 표어가 많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뒤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1998년 봄)처럼 시심(詩心) 넘치는 글귀가 걸리기 시작했다. 한 해 4차례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걸리는 글들이 사람들의 화제에 올랐다. 올봄에 걸린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함민복 ‘마흔번째 봄’)이나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2009년 겨울, 문정희 ‘겨울 사랑’),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2005년 겨울, 정호승 ‘겨울강에서’)가 대표적이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인파들로 북적거리는 서울 도심 광화문 네거리이지만 광화문 글판이 등장한 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색에 잠기거나, 글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광화문 글판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안식을 제공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도심 속의 옹달샘’으로 자리 잡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투표한 한 참가자는 “8년간 다니던 회사에 가족 몰래 사직서를 낸 뒤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글판을 보고 저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면서 “제 말을 들어줄 이 하나 없을 때 광화문 글판은 다시 일어설 힘이 돼 주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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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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